1시간 회의를 5분에 정리합니다 — 다만 녹음 켜기 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건 대개 막내나 저 같은 사람 몫입니다.
25년을 다니면서 회의록을 몇 백 번은 썼을 텐데, 매번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회의 중에 받아적으면 회의에 집중을 못 하고, 집중하면 나중에 기억이 안 납니다.
클로바노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게 해결됐습니다. 1시간짜리 회의를 5분이면 정리합니다. 다만 그냥 켜면 안 되는 것들이 있어서, 그 얘기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 녹음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내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 회의는 법 문제 이전에 신뢰 문제입니다. 몰래 녹음한 게 나중에 알려지면 그동안 쌓은 게 한 번에 무너집니다.
저는 회의 시작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회의록 정리하려고 녹음 켜두겠습니다. 정리 끝나면 지웁니다.”
10초면 됩니다. 반대하는 분이 계시면 그때는 끄고 손으로 적습니다. 지금까지 반대하신 분은 한 분 계셨는데, 인사 관련 안건이 있던 회의였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죠.
그리고 회사에 AI 도구 사용 규정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요즘은 외부 서비스에 회사 음성을 올리는 걸 금지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규정이 있으면 그게 우선입니다.
준비: 앱 하나 깔면 끝
- 스마트폰에서 클로바노트를 검색해 설치합니다 (네이버에서 만든 앱입니다)
-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합니다
- 끝입니다
PC에서 쓰시려면 브라우저에서 clovanote.naver.com 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화상회의는 이쪽이 편합니다.
무료로 매달 일정 시간이 주어집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세 번 회의를 정리하는데 무료 범위 안에서 씁니다. 부족하면 그때 유료를 보셔도 됩니다.
실제 순서 — 4단계
1단계. 녹음 전에 참석자 이름을 넣어둡니다
이걸 하느냐 안 하느냐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녹음 시작 화면에서 참석자 이름을 미리 입력해두면, 나중에 “참석자1” 대신 실제 이름으로 정리됩니다.
회의 시작 전 30초만 투자하시면 뒤에서 10분을 아낍니다.
2단계. 스마트폰을 테이블 가운데 둡니다
구석에 두면 멀리 앉은 사람 목소리가 안 잡힙니다. 가운데, 화면이 위를 향하게, 서류로 덮지 않게.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3단계. 회의가 끝나면 자동으로 정리됩니다
1시간 회의면 2~3분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나오는 건 세 가지입니다.
- 전체 대화록 —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 요약 — 핵심만 몇 문단으로
- 주요 키워드 — 자주 나온 단어들
4단계. 여기서 한 번 더 다듬습니다
클로바노트 요약을 그대로 보내면 안 됩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정리되지만 “그래서 누가 뭘 하기로 했는지”는 잘 안 잡힙니다.
그래서 저는 대화록을 복사해서 ChatGPT에 넣고 이렇게 한 번 더 시킵니다.
아래는 회의 대화록이야. 이걸 회의록으로 정리해줘.
– 결정된 것
– 결정 안 된 것(다음 회의로 넘어간 것)
– 할 일 (누가 / 무엇을 / 언제까지)
이 세 가지로 나눠서. 대화에 없는 내용은 절대 지어내지 말고, 애매하면 “명확하지 않음”이라고 적어줘.[대화록 붙여넣기]
마지막 문장이 중요합니다. “지어내지 말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그럴듯하게 채워 넣습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한 번 사고를 낼 뻔했습니다. 나오지도 않은 마감일이 회의록에 적혀 있었거든요.
잘 안 되는 경우들
화자 구분이 엉킵니다
목소리 톤이 비슷한 분들이 있으면 자주 섞입니다. 완벽하게 잡을 방법은 없고, 중요한 발언만 대화록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어차피 전부 다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용어를 못 알아듣습니다
업계 용어나 사내 약어는 엉뚱하게 적힙니다. 자주 나오는 단어는 사전 등록 기능에 미리 넣어두시면 훨씬 나아집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면 놓칩니다
이건 사람도 못 알아듣는 구간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대목만 기억을 더듬어 채우시면 됩니다.
정리가 끝나면 지웁니다
회의록을 다 쓰고 나면 녹음 파일과 대화록을 삭제합니다.
처음에 “혹시 나중에 필요할까” 싶어서 몇 달치를 쌓아뒀는데, 어느 날 그 목록을 보고 아찔했습니다. 회사 내부 논의가 통째로 외부 서비스에 남아 있는 거였으니까요.
지금은 회의록 작성이 끝나면 그날 바로 지웁니다. 회의 시작할 때 “정리 끝나면 지웁니다”라고 말한 약속이기도 하고요.
오늘 딱 하나만
다음 회의에서 “회의록 정리하려고 녹음 켜두겠습니다” 한 마디만 해보세요.
그거 하나로 회의 시간에 받아적지 않아도 됩니다. 고개 들고 사람 얼굴 보면서 회의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게 제일 좋았습니다.
가르치려는 게 아닙니다. 반 발 앞서 걸으면서 겪은 걸 적어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