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용법

회사 이메일, 이제 5분이면 씁니다 — 25년차 직장인의 ChatGPT 사용법

만두아빠 2026.08.06

회사에서 하루에 이메일을 몇 통이나 쓰시나요. 저는 25년째 쓰고 있는데도, 어떤 메일은 아직 첫 줄에서 10분씩 막힙니다.

거절해야 하는 메일, 사과해야 하는 메일, 윗사람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메일. 내용은 머릿속에 다 있는데 “어떻게 써야 실례가 안 되지”에서 걸립니다.

이걸 AI한테 넘긴 지 2년쯤 됐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5분 안에 끝납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쓰는 방식을 그대로 적겠습니다.


먼저, 기대치를 정확히 맞추고 시작합니다

AI가 이메일을 “알아서 완벽하게” 써주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시작하면 두 번 쓰고 그만두게 됩니다. 제가 2년 써보고 정리한 실제 효용은 이렇습니다.

  • 빈 화면을 없애줍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게 제일 오래 걸리는데, 그 구간이 사라집니다
  • 말투를 조절해줍니다. 같은 내용을 정중하게 / 단호하게 / 부드럽게 세 가지로 뽑아놓고 고르면 됩니다
  • 안 쓰던 표현을 알려줍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부득이하게” 같은 걸 제때 못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는 절대 맡기면 안 됩니다. 날짜, 금액, 사람 이름, 계약 조건 — 이건 AI가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제가 초반에 한 번 크게 데었습니다. 회의 일정을 잘못 적어서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뒤로는 숫자와 고유명사는 보내기 전에 반드시 눈으로 다시 봅니다.


준비: 3분이면 됩니다

설치할 것도, 결제할 것도 없습니다.

  1. 브라우저 주소창에 chatgpt.com 을 칩니다
  2.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합니다 (Gmail 주소가 있으면 그게 구글 계정입니다)
  3. 아래쪽에 채팅 입력창이 보이면 끝입니다

무료로 충분합니다. 저도 처음 1년은 무료로만 썼습니다. 하루에 수십 통씩 쓰게 되면 그때 유료를 생각해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핵심은 딱 하나 — 상황을 먼저 알려주는 것

대부분 여기서 갈립니다. 이렇게 쓰면 결과가 안 좋습니다.

거래처에 보낼 이메일 써줘

이렇게 쓰면 확 달라집니다.

거래처에 납기를 일주일 미뤄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을 써줘.
– 우리 쪽 잘못이라 미안한 상황이야
– 5년 거래한 곳이고 관계가 좋아
– 너무 굽신거리지는 말고, 담백하게
– 5줄 안으로

차이는 상황·관계·톤·길이 네 가지를 알려줬다는 것뿐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옆자리 후배한테 부탁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됩니다. “야, 거래처에 납기 미뤄달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 잘못이야. 5년 거래한 데니까 너무 굽신대진 말고 담백하게 5줄로.” — 딱 이렇게요.


실제로 쓰는 문장 4개

제가 자주 쓰는 것들입니다. 대괄호 안만 바꿔서 그대로 복사해 쓰셔도 됩니다.

1. 거절할 때

[상대]에게 [요청 내용]을 거절하는 메일을 써줘. 관계는 계속 이어가고 싶어. 이유는 [이유]야. 미안한 마음은 담되 여지는 남기지 말고, 5줄 안으로.

2. 사과할 때

[상황]에 대해 사과하는 메일을 써줘. 변명처럼 읽히지 않게 하고, 어떻게 수습할지를 더 비중 있게 써줘. 3문단으로.

3. 톤이 애매할 때

아래 메일을 정중한 버전 / 단호한 버전 / 부드러운 버전 세 가지로 다시 써줘.
[내가 쓴 초안 붙여넣기]

4. 내가 쓴 게 실례일까 걱정될 때

아래 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읽어봐. 기분 나쁘게 들릴 만한 표현이 있으면 짚어줘.
[내가 쓴 초안 붙여넣기]

네 번째가 의외로 제일 많이 씁니다. 새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쓴 걸 검토받는 용도인데, 이 쪽이 훨씬 안전하고 결과도 좋습니다.


여기서 많이 막히십니다

“결과가 너무 번역투예요”

한 줄 덧붙이면 됩니다. “한국 회사에서 실제로 쓰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바꿔줘.” 그래도 어색하면 “~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표현을 빼달라고 콕 집어 말하시면 됩니다.

“너무 길게 써줘요”

길이는 반드시 숫자로 지정하세요. “짧게”는 안 통합니다. “5줄 안으로”, “200자 이내로”처럼 말해야 합니다.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기 귀찮아요”

대화창을 새로 열지 마시고 같은 창에서 이어서 물어보세요. 앞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서 “아까 그 톤으로 하나 더”가 통합니다.


회사 자료를 넣어도 되나요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 답부터 드리면 회사 규정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제 기준은 이렇습니다.

  • 넣지 않는 것 — 고객 이름·연락처, 계약 금액, 미공개 실적, 인사 관련 내용
  • 넣어도 괜찮다고 보는 것 — 이미 공개된 정보, 내가 쓴 초안의 문장 구조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실명과 숫자를 [거래처], [금액]처럼 대괄호로 바꿔서 넣고, 받은 결과에 내가 직접 채워 넣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렇게 씁니다. 한 단계 더 거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10초도 안 걸립니다.


오늘 딱 하나만 해보신다면

내일 보내야 하는 메일 중에 제일 쓰기 싫은 것 하나를 고르세요. 그거 하나만 위의 방식으로 써보시면 됩니다.

잘 되면 계속 쓰시고, 별로면 안 쓰셔도 됩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25년 동안 제 손으로 써온 걸 기계한테 맡긴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메일에 쓰던 시간을 다른 데 쓰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남는 한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가르치려는 게 아닙니다. 반 발 앞서 걸으면서 겪은 걸 적어둘 뿐입니다.

← AI 사용법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