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메일, 이제 5분이면 씁니다 — 25년차 직장인의 ChatGPT 사용법
회사에서 하루에 이메일을 몇 통이나 쓰시나요. 저는 25년째 쓰고 있는데도, 어떤 메일은 아직 첫 줄에서 10분씩 막힙니다.
거절해야 하는 메일, 사과해야 하는 메일, 윗사람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메일. 내용은 머릿속에 다 있는데 “어떻게 써야 실례가 안 되지”에서 걸립니다.
이걸 AI한테 넘긴 지 2년쯤 됐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5분 안에 끝납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쓰는 방식을 그대로 적겠습니다.
먼저, 기대치를 정확히 맞추고 시작합니다
AI가 이메일을 “알아서 완벽하게” 써주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시작하면 두 번 쓰고 그만두게 됩니다. 제가 2년 써보고 정리한 실제 효용은 이렇습니다.
- 빈 화면을 없애줍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게 제일 오래 걸리는데, 그 구간이 사라집니다
- 말투를 조절해줍니다. 같은 내용을 정중하게 / 단호하게 / 부드럽게 세 가지로 뽑아놓고 고르면 됩니다
- 안 쓰던 표현을 알려줍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부득이하게” 같은 걸 제때 못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는 절대 맡기면 안 됩니다. 날짜, 금액, 사람 이름, 계약 조건 — 이건 AI가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제가 초반에 한 번 크게 데었습니다. 회의 일정을 잘못 적어서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뒤로는 숫자와 고유명사는 보내기 전에 반드시 눈으로 다시 봅니다.
준비: 3분이면 됩니다
설치할 것도, 결제할 것도 없습니다.
- 브라우저 주소창에
chatgpt.com을 칩니다 -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합니다 (Gmail 주소가 있으면 그게 구글 계정입니다)
- 아래쪽에 채팅 입력창이 보이면 끝입니다
무료로 충분합니다. 저도 처음 1년은 무료로만 썼습니다. 하루에 수십 통씩 쓰게 되면 그때 유료를 생각해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핵심은 딱 하나 — 상황을 먼저 알려주는 것
대부분 여기서 갈립니다. 이렇게 쓰면 결과가 안 좋습니다.
거래처에 보낼 이메일 써줘
이렇게 쓰면 확 달라집니다.
거래처에 납기를 일주일 미뤄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을 써줘.
– 우리 쪽 잘못이라 미안한 상황이야
– 5년 거래한 곳이고 관계가 좋아
– 너무 굽신거리지는 말고, 담백하게
– 5줄 안으로
차이는 상황·관계·톤·길이 네 가지를 알려줬다는 것뿐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옆자리 후배한테 부탁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됩니다. “야, 거래처에 납기 미뤄달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 잘못이야. 5년 거래한 데니까 너무 굽신대진 말고 담백하게 5줄로.” — 딱 이렇게요.
실제로 쓰는 문장 4개
제가 자주 쓰는 것들입니다. 대괄호 안만 바꿔서 그대로 복사해 쓰셔도 됩니다.
1. 거절할 때
[상대]에게 [요청 내용]을 거절하는 메일을 써줘. 관계는 계속 이어가고 싶어. 이유는 [이유]야. 미안한 마음은 담되 여지는 남기지 말고, 5줄 안으로.
2. 사과할 때
[상황]에 대해 사과하는 메일을 써줘. 변명처럼 읽히지 않게 하고, 어떻게 수습할지를 더 비중 있게 써줘. 3문단으로.
3. 톤이 애매할 때
아래 메일을 정중한 버전 / 단호한 버전 / 부드러운 버전 세 가지로 다시 써줘.
[내가 쓴 초안 붙여넣기]
4. 내가 쓴 게 실례일까 걱정될 때
아래 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읽어봐. 기분 나쁘게 들릴 만한 표현이 있으면 짚어줘.
[내가 쓴 초안 붙여넣기]
네 번째가 의외로 제일 많이 씁니다. 새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쓴 걸 검토받는 용도인데, 이 쪽이 훨씬 안전하고 결과도 좋습니다.
여기서 많이 막히십니다
“결과가 너무 번역투예요”
한 줄 덧붙이면 됩니다. “한국 회사에서 실제로 쓰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바꿔줘.” 그래도 어색하면 “~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표현을 빼달라고 콕 집어 말하시면 됩니다.
“너무 길게 써줘요”
길이는 반드시 숫자로 지정하세요. “짧게”는 안 통합니다. “5줄 안으로”, “200자 이내로”처럼 말해야 합니다.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기 귀찮아요”
대화창을 새로 열지 마시고 같은 창에서 이어서 물어보세요. 앞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서 “아까 그 톤으로 하나 더”가 통합니다.
회사 자료를 넣어도 되나요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 답부터 드리면 회사 규정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제 기준은 이렇습니다.
- 넣지 않는 것 — 고객 이름·연락처, 계약 금액, 미공개 실적, 인사 관련 내용
- 넣어도 괜찮다고 보는 것 — 이미 공개된 정보, 내가 쓴 초안의 문장 구조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실명과 숫자를 [거래처], [금액]처럼 대괄호로 바꿔서 넣고, 받은 결과에 내가 직접 채워 넣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렇게 씁니다. 한 단계 더 거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10초도 안 걸립니다.
오늘 딱 하나만 해보신다면
내일 보내야 하는 메일 중에 제일 쓰기 싫은 것 하나를 고르세요. 그거 하나만 위의 방식으로 써보시면 됩니다.
잘 되면 계속 쓰시고, 별로면 안 쓰셔도 됩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25년 동안 제 손으로 써온 걸 기계한테 맡긴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메일에 쓰던 시간을 다른 데 쓰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남는 한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가르치려는 게 아닙니다. 반 발 앞서 걸으면서 겪은 걸 적어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