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못해도 영어 자료를 봅니다 — 은퇴 준비에 생긴 정보 격차 줄이기
은퇴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제가 늦게 아는 것들은 대부분 영어로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구, 새로운 방식, 남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 한국어로 번역되어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한 박자 늦습니다. 그 사이에 준비를 시작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25년 동안 회사에서 영문 메일 몇 통 쓴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영어로 된 자료를 봅니다. 잘하게 된 게 아니라 안 해도 되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번역기 세 개, 언제 뭘 쓰는지
다 써봤습니다. 결론부터 적겠습니다.
- DeepL — 긴 글, 문서, 기사. 문장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 파파고 — 짧은 문장, 스마트폰, 사진 속 글자. 한국어 특유의 표현에 강합니다
- ChatGPT — 번역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할 때
세 번째가 핵심입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DeepL — 문서 통째로 읽을 때
브라우저에서 deepl.com 에 들어가시면 바로 씁니다. 가입 없이도 됩니다.
기본
왼쪽 칸에 영어를 붙여넣으면 오른쪽에 한국어가 나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실제로 유용한 두 가지
① 파일 통째로 번역
상단 파일 번역에 PDF나 워드 파일을 올리면 서식을 유지한 채로 번역된 파일이 나옵니다. 표와 문단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해외 자료를 읽을 때 이게 제일 큽니다.
② 다른 표현 보기
번역된 문장에서 단어를 클릭하면 대체 표현이 나옵니다. 어색한 단어 하나 때문에 문장 전체가 이상할 때 여기서 고칩니다.
무료는 한 번에 붙여넣을 수 있는 글자 수와 월 파일 개수에 제한이 있습니다. 저는 무료로 씁니다. 하루에 몇 개씩 볼 일은 없더군요.
번역보다 중요한 것 — “그래서 나한테 무슨 의미인데”
여기가 제가 제일 오래 걸려서 깨달은 부분입니다.
영어 기사를 한국어로 바꿔놔도, 여전히 “그래서 뭐 어쩌라고”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장은 읽히는데 내 상황과 연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번역기 대신 ChatGPT에 이렇게 넣습니다.
아래는 영어 기사야. 두 가지로 정리해줘.
1. 무슨 내용인지 5줄 요약
2. 한국에서 50대 직장인이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게 있는지, 있으면 뭔지. 없으면 없다고 솔직히 말해줘.[영어 원문 붙여넣기]
“없으면 없다고 말해달라”를 꼭 넣으셔야 합니다. 안 넣으면 억지로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열 개 중 예닐곱은 “저와는 상관없는 내용”으로 걸러집니다. 그거 걸러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크게 아껴집니다.
은퇴 준비하면서 실제로 쓴 곳
해외에서 뭘 팔고 있는지 보기
같은 물건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팔리는지, 상세페이지를 어떻게 쓰는지 봅니다.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아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를 얻습니다. 아내와 하는 자사몰 문구를 여기서 여러 번 고쳤습니다.
도구 사용법 원문 보기
새 도구는 한국어 안내가 늦게 나오거나 아예 없습니다. 공식 문서를 파일 번역으로 통째 돌려서 봅니다.
영문 약관·정책 읽기
해외 서비스에 가입할 때, 특히 결제와 해지 조건은 반드시 읽습니다. 이건 번역만 하지 말고 ChatGPT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약관에서 돈이 나가는 조건과 해지 방법만 뽑아서 알려줘. 자동 갱신되는지, 위약금이 있는지 특히 확인해줘.
조심하실 것
회사 문서를 그대로 올리지 마세요
번역기도 외부 서비스입니다. 계약서, 고객 정보, 미공개 자료는 올리지 않는 게 맞습니다. 회사 규정이 있으면 그게 우선입니다.
꼭 필요하면 회사명과 숫자를 [A사], [금액]으로 바꿔서 넣으시면 됩니다.
번역을 그대로 믿지 마세요
숫자, 날짜, 단위(달러/원, 마일/킬로미터)는 잘못 옮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숫자는 원문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오늘 딱 하나만
평소에 “영어라서” 넘겼던 자료가 있으실 겁니다. 그거 하나를 DeepL 파일 번역에 올려보세요.
영어를 못해서 못 본 게 아니라, 안 해도 되는 방법을 몰라서 못 본 것이었다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저는 그걸 알고 나서 볼 수 있는 세상이 꽤 넓어졌습니다.
가르치려는 게 아닙니다. 반 발 앞서 걸으면서 겪은 걸 적어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