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면 보통 9시다.

밥 먹고, 샤워하고, 소파에 앉으면 9시 반. 예전엔 그냥 유튜브를 켰다. 은퇴 후 뭐 하지, 카페 창업 괜찮을까, 주식은… 그런 영상을 멍하니 보다가 잠들었다.

요즘은 다르다. 노트북을 편다.

시작은 불안함이었다

올해 53세. 금융권 전산에서 25년.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퇴직금 계산기를 돌려보니 생각보다 빠듯했다. 아이들 등록금 빼면 남는 게 얼마 안 됐다.

회사에서는 AI 도입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고, 후배들이 “ChatGPT로 이거 해보면요” 할 때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솔직히 그게 뭔지도 몰랐다.

밤에 몰래 검색했다. “50대 은퇴 후 수입”. 다 남의 이야기 같았다.

AI를 처음 만져본 날

그러다 우연히 AI를 써봤다. 처음엔 그냥 물어봤다. “50대가 할 수 있는 부업이 뭐야?” 근데 AI가 생각보다 똑똑했다. 하나하나 물어볼 때마다 답을 줬다. 마치 과외 선생님이 옆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좀 설렜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느낌.

삽질이 시작됐다

다음 날부터 퇴근 후가 바뀌었다. 유튜브 대신 노트북.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AI 뉴스를 모아서 카드뉴스로 올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엔 하나 만드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에러가 나면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 새벽 1시까지 끙끙대다 포기하고 자려는데, “한 번만 더 해보자” 해서 결국 2시에 해결된 적도 있다.

좌절할 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내가 이 나이에 이걸 왜 하고 있지?” 근데 신기한 게, AI한테 다시 물어보면 또 답을 줬다. 포기할 타이밍을 안 줬다.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날

2주쯤 됐을까.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인스타에 글이 올라가 있었다. 내가 자는 동안에.

혼자 박수를 쳤다. 진짜로.

25년 직장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기쁨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든 게 나 대신 일하고 있다는 게. 그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오늘, 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AI한테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 했더니 진짜 만들어줬다. 두 시간도 안 걸렸다. 모바일에서 메뉴가 안 보여서 “이거 좀 이상한데?” 했더니 바로 고쳐줬다.

jinnus.kr — 내 이름을 건 첫 번째 공간이다. 뭔가 뿌듯했다. 나도 이런 걸 가질 수 있구나.

왜 이걸 기록하냐면

나 같은 사람이 분명 있을 거다.

50대, 은퇴 눈앞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뭔가 해보고 싶은데 “나이가 있는데…” 하면서 접은 사람. 유튜브만 보다가 한숨 쉬는 사람.

나도 딱 한 달 전까지 그랬다.

지금은? 매일 자동으로 콘텐츠가 올라가고, 내 홈페이지가 있고, 조금씩 뭔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단한 건 아직 아니다. 근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한 달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됐다는 뜻이다.

이 블로그는 그 과정을 적는 곳이다. 잘 되는 날도 쓸 거고, “오늘은 진짜 안 된다” 하는 날도 쓸 거다. 꾸밈없이 날것 그대로.

혹시 이 글을 읽고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 하셨다면 — 맞다. 당신의 이야기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진짜로. 내일도 나는 퇴근하고 노트북을 펼 거다. 그리고 여기에 적을 거다.

— JINNUS, 53세. 금융권 전산 25년차. AI 파이프라인 구축 28일차.